아침 일찍, 감기 기운이 살짝 있어 어린이집을 하루 쉬기로 한 19개월 손주가 할머니 집으로 왔습니다. 한창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궁금해하고 활동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나이라, 집에서 이 넘치는 에너지를 어떻게 보듬어주며 하루를 알차고 즐겁게 보낼지 은근히 마음이 쓰이고 고민이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열심히 가지고 놀던 풍선 놀이도 이제 조금 지겨워질 때쯤, 풍선의 마지막 쓰임을 찾아주기 위해 급하게 '풍선 물감 찍기 놀이'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아이에게 "우리 같이 멋진 그림 그려볼까?" 하고 말을 건네니, 신이 났는지 전지를 보관해 두었던 곳으로 먼저 쪼르르 달려가더니 커다란 종이를 가져오자고 손짓했습니다. 거실 바닥 넓게 전지를 펼쳐놓고 나니, 문득 서랍 깊은 곳에 오랫동안 보관해 두었던 붓과 ..
요즘 19개월에 접어든 손주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낍니다.특히 목욕할 때마다 매번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던 머리 감기를 이제는 울지 않고 아주 잘 해내고 있습니다. 머리를 감는 동안 차분하게 얌전히 기다려주고, 눈가에 흘러내리는 물을 부드러운 수건으로 닦아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머리에 물이 닿기만 하면 크게 울음을 터뜨리곤 했는데, 이렇게 스스로 잘 참아내며 적응해 준 모습을 보니 손주의 성장이 대견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집니다. 그런데 다른 것은 다 잘 해내면서도, 아직 딱 하나 어려워하는 게 남아있습니다.바로 '얼굴 씻기(세수)'입니다. 치카치카 양치질도 즐겁게 잘하고 몸을 씻거나 머리를..
바쁜 아침 시간, 어린이집 등원 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을 때였습니다.아이의 손에 떡뻥(아기 과자) 한 개를 살포시 쥐여주며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보통 때라면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그자리에서 야무지게 바삭바삭 먹어 치웠을 텐데,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아이는 떡뻥을 한두 번 오물오물 입에 넣고 맛을 보더니, 남은 과자를 꼭 쥐고 자신의 놀이 공간에 있는 장난감 주방으로 조용히 걸어갔습니다. 무얼 하나 가만히 지켜보았더니, 작은 손으로 장난감 나무 그릇 뚜껑을 열고는 남은 떡뻥을 그 안에 조심스럽게 쏙 담아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와 스스로 어린이집 갈 가방을 멘 채 등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른이 먹으라고 준 과자를 남겨서 ..
아이들은 배변 훈련을 시작하기 전부터 소변이나 대변과 관련된 몸의 신호를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합니다.최근 29개월이 된 손주도 화장실 훈련을 진행하면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소변은 가끔 의사 표시를 해서 변기에 앉히는 연습을 하고 있고, 대변은 냄새가 난다고 스스로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곤 합니다. 그러고는 오지 말라며 손짓을 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부끄러워서 그러나 싶었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29개월 전후 아이들의 이런 행동에는 분명한 발달적 의미가 있었습니다.1. 대변 시 숨는 행동, 정상적인 배변 발달 신호소아과 및 육아 전문 정보에 따르면, 배변 훈련 시기의 아이가 대변을 볼 때 구석이나 가구 뒤로 숨는 행동은 자신의 몸에서 곧 대변이 나올 것이라는 신호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얼마 전, 밤근무 출근을 해야 하는 딸아이를 대신해 잠시 집에 온 손주와 뜻깊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엄마가 한창 바쁘고 힘든 시간이다 보니, 손주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면서 아이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이제는 걸어서 다녀야 해. 엄마가 힘들 때는 네가 스스로 엄마 손을 꼭 잡고 가야 한단다."내심 떼를 쓰거나 안아달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기특하게도 제 말을 알아들었는지 얌전히 제 손을 잡고 걸어가더군요.1. 사람을 알아보는 아이들의 눈치와 상황 파악 능력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문이 열리자마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습니다.바로 친할머니였습니다. 아이는 친할머니를 보자마자, 방금 전까지 꾹 참고 걸어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 안겨버렸습니다.그 ..
한 발짝씩 뒤뚱거리며 걷던 아기가 어느 순간 달리기 시작합니다.아기가 자라는 과정에서 달라지는 모습은 여러 가지지만, 13개월 전후 시기에 가장 눈에 띄게 느껴지는 변화는 움직임이 확연히 빨라진다는 점입니다. 어린이집이나 놀이 기관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또래나 형, 언니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면, 활동 방식도 이전과 많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입니다.1. 걷기에서 달리기로: 대근육 발달의 신호첫걸음을 떼던 아기는 보폭이 좁고 균형을 잡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린 채 걷습니다.하지만 하체 근육과 균형 감각이 점점 발달하면서 발바닥 전체를 안정적으로 딛게 되고, 걸음걸이도 한층 자연스러워집니다. 걷는 것이 익숙해지면 이동에 대한 두려움이 줄고, 스스로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습니다.이 자신감이 시각적으로는..
아이는 자라면서 하루가 다르게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13개월 손주를 지켜보면서 요즘 자주 느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큰소리로 울거나 고함을 지르는 일이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어른 눈에는 그저 떼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시기 아이에게는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1. 13개월 아기가 고함을 지르는 원인생후 13개월 전후는 신체 움직임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말로 표현하는 언어 능력은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입니다.미국소아과학회(AAP)의 HealthyChildren.org에 따르면, 이 시기 아이들은 어른의 말은 어느 정도 알아들어도 자신의 생각과 욕구를 단어로 옮기는 데는 많이 서툴다고 설명합니다.언어와 표현의 불균형: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답답함을 표현할 방법이..
만 12개월 무렵의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원하는 것이 있으면 손짓이나 표정으로 알려주고, 싫은 것은 고개를 젓거나 몸을 움직여 거부하기도 합니다. 어른의 말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는 시기입니다.손주도 요즘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어느 날 오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외투를 입은 채로 벗지 않겠다고 버티는 날이 있었습니다.억지로 벗기지 않고 잠시 안아주며 기다려주다, 마음이 풀렸을 때쯤 "이제 벗어볼까?" 하고 다시 물으니 그제야 스스로 팔을 쑥 빼주었습니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안녕해봐" 할 때는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하더니, "그럼 엄마한테 안녕해볼까?" 하니 순순히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벌써 자기 생각..
어른의 행동에 아이는 정리를 배웁니다."장난감은 제자리에 놓아야 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어른이 물건을 아무 데나 둔다면,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은 말보다 행동입니다. 사실 나도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한때 크게 앓고 난 뒤로는 집안일보다 몸을 쉬게 하는 쪽에 마음이 더 갔었습니다. 그러다 몇 해 전, 마음먹고 집 안 살림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방마다 흩어져 있던 물건을 한 곳으로 모으고, 오래 쓰지 않은 것들은 정리해 나눠주었습니다.그렇게 비우고 나니 오히려 생활이 편해졌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하나였습니다. 정리는 한 번에 뒤집어엎는 일이 아니라, 물건을 쓴 자리로 다시 돌려놓는 작은 습관이 쌓이는 일이라는 것."1. 우리 집에서 실천하는 제자리 원칙 요즘은 물건을 쓴 ..
며칠 후면 손주의 돌잔치를 앞두고 있었습니다.손주와 나는 의사소통이 제법 잘 되는 편입니다. 손주는 하루 종일 말을 많이 합니다. 아직 옹알옹알하는 소리에 가깝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몰라도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해 줍니다."응, 그렇구나", "그랬구나"로 답을 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의 눈빛이 달라집니다.자기 말이 통했다고 느끼는 듯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잘했다, 잘했다" 하며 손뼉을 쳐줍니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걸 보면서, 이런 사소한 반응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습니다.1. 옹알이에 반응해 주는 것이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는 아이의 옹알이나 몸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