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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밤근무 출근을 해야 하는 딸아이를 대신해 잠시 집에 온 손주와 뜻깊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엄마가 한창 바쁘고 힘든 시간이다 보니, 손주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면서 아이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걸어서 다녀야 해. 엄마가 힘들 때는 네가 스스로 엄마 손을 꼭 잡고 가야 한단다."

내심 떼를 쓰거나 안아달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기특하게도 제 말을 알아들었는지 얌전히 제 손을 잡고 걸어가더군요.


1. 사람을 알아보는 아이들의 눈치와 상황 파악 능력

할머니 품에 와락 안겨 따뜻하게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문이 열리자마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습니다.

바로 친할머니였습니다.

 

아이는 친할머니를 보자마자, 방금 전까지 꾹 참고 걸어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 안겨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웃음이 나오면서도, '아, 아이들도 다 사람 봐가면서 상황을 파악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할머니인 저와 있을 때는 스스로 참아야 한다는 분위기를 인지하고 참다가, 친할머니를 보니 반가움과 동시에 애교를 부리며 안긴 것이지요.

 

애착 이론을 정립한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에 따르면, 아이는 애착 대상과의 관계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그에 따라 행동을 조절합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둘러싼 보호자의 성향과 환경을 정교하게 파악하여 행동 방식을 결정하는 영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참는 법도 배울 때가 있다: 자제력이 자라는 시기

이 귀여운 모습을 보며 저는 다시 한번 아이 교육과 훈육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진짜 도움이 필요하고 힘든 상황이라면 당연히 어른이 도와주고 안아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상적인 상황이라면, 어릴 때부터 스스로 해내는 법과 참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아이 셋을 직접 키워내면서 알게 된 중요한 진리가 있습니다.

 

어릴 때 인내를 배우지 못하면, "나중에 자란 뒤에 가르치지 뭐" 하고 미루는 순간 이미 배움의 적기를 놓쳐버린다는 사실입니다. 나중에 가르치려고 하면 아이도, 부모도 몇 배는 더 힘들어집니다.

 

유아기는 감정과 욕구를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이 발달하며 자기 조절력을 키워가는 시기입니다.

 

심리학자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의 마시멜로 실험은 어린 시절 욕구를 잠시 참아내는 경험이 이후 자기 조절 능력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 시기에 적절한 제한과 참는 경험을 쌓는 것이 아이의 자율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3. 태교부터 시작되는 연령별 발달 골든타임

많은 이들이 태교의 진짜 의미를 단순히 정서 안정으로만 생각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단계마다 그때에 맞는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유튜브 '책과 삶' 채널의 아동교육 강의에서도 아이 발달에는 놓치면 안 되는 적기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몸소 깨달은 삶의 지혜와 통하는 연령별 발달 과업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연령 구분 핵심 발달 과업 어른(보호자)의 역할
영유아기
(0~2세)
기본 신뢰감 및 애착 형성 즉각적인 욕구 충족과 따뜻한 반응으로 안정감 제공하기
유아기
(3~5세)
자율성 확보 및 기본 규칙 수용 스스로 하기 유도 및 일관된 인내심 훈육 제공하기
아동기
(6세 이상)
사회성 개발 및 자기 조절 완성 결과에 대한 책임감 인식 및 공감적 지도하기

마치며: 일관성 있고 따뜻한 가이드라인

아이에게 참는 법을 가르치고 스스로 서게 하는 것은 당장은 마음 아프고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때에 맞는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야말로 부모와 어른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손주의 귀여운 행동 하나가 지나온 육아의 날들을 돌아보게 하고, 삶의 소중한 지혜를 다시금 일깨워 준 하루였습니다.

 

아이들의 눈치는 단순한 떼쓰기가 아니라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어른들의 일관성 있고 따뜻한 가이드라인이 우리 아이들을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 19개월 자율성 발달 (에릭슨 이론, 스스로 결정)

▶ 아이 그림과 기다림의 힘 (난화기, 마시멜로, 애착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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