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9개월에 접어든 손주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낍니다.특히 목욕할 때마다 매번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던 머리 감기를 이제는 울지 않고 아주 잘 해내고 있습니다. 머리를 감는 동안 차분하게 얌전히 기다려주고, 눈가에 흘러내리는 물을 부드러운 수건으로 닦아줄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머리에 물이 닿기만 하면 크게 울음을 터뜨리곤 했는데, 이렇게 스스로 잘 참아내며 적응해 준 모습을 보니 손주의 성장이 대견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집니다. 그런데 다른 것은 다 잘 해내면서도, 아직 딱 하나 어려워하는 게 남아있습니다.바로 '얼굴 씻기(세수)'입니다. 치카치카 양치질도 즐겁게 잘하고 몸을 씻거나 머리를..
바쁜 아침 시간, 어린이집 등원 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을 때였습니다.아이의 손에 떡뻥(아기 과자) 한 개를 살포시 쥐여주며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보통 때라면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그자리에서 야무지게 바삭바삭 먹어 치웠을 텐데,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아이는 떡뻥을 한두 번 오물오물 입에 넣고 맛을 보더니, 남은 과자를 꼭 쥐고 자신의 놀이 공간에 있는 장난감 주방으로 조용히 걸어갔습니다. 무얼 하나 가만히 지켜보았더니, 작은 손으로 장난감 나무 그릇 뚜껑을 열고는 남은 떡뻥을 그 안에 조심스럽게 쏙 담아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와 스스로 어린이집 갈 가방을 멘 채 등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른이 먹으라고 준 과자를 남겨서 ..
아이들은 배변 훈련을 시작하기 전부터 소변이나 대변과 관련된 몸의 신호를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합니다.최근 29개월이 된 손주도 화장실 훈련을 진행하면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소변은 가끔 의사 표시를 해서 변기에 앉히는 연습을 하고 있고, 대변은 냄새가 난다고 스스로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곤 합니다. 그러고는 오지 말라며 손짓을 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부끄러워서 그러나 싶었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29개월 전후 아이들의 이런 행동에는 분명한 발달적 의미가 있었습니다.1. 대변 시 숨는 행동, 정상적인 배변 발달 신호소아과 및 육아 전문 정보에 따르면, 배변 훈련 시기의 아이가 대변을 볼 때 구석이나 가구 뒤로 숨는 행동은 자신의 몸에서 곧 대변이 나올 것이라는 신호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얼마 전, 밤근무 출근을 해야 하는 딸아이를 대신해 잠시 집에 온 손주와 뜻깊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엄마가 한창 바쁘고 힘든 시간이다 보니, 손주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면서 아이 눈높이에 맞춰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이제는 걸어서 다녀야 해. 엄마가 힘들 때는 네가 스스로 엄마 손을 꼭 잡고 가야 한단다."내심 떼를 쓰거나 안아달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기특하게도 제 말을 알아들었는지 얌전히 제 손을 잡고 걸어가더군요.1. 사람을 알아보는 아이들의 눈치와 상황 파악 능력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문이 열리자마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습니다.바로 친할머니였습니다. 아이는 친할머니를 보자마자, 방금 전까지 꾹 참고 걸어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 안겨버렸습니다.그 ..
아이는 자라면서 하루가 다르게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13개월 손주를 지켜보면서 요즘 자주 느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큰소리로 울거나 고함을 지르는 일이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어른 눈에는 그저 떼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시기 아이에게는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1. 13개월 아기가 고함을 지르는 원인생후 13개월 전후는 신체 움직임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말로 표현하는 언어 능력은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입니다.미국소아과학회(AAP)의 HealthyChildren.org에 따르면, 이 시기 아이들은 어른의 말은 어느 정도 알아들어도 자신의 생각과 욕구를 단어로 옮기는 데는 많이 서툴다고 설명합니다.언어와 표현의 불균형: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답답함을 표현할 방법이..
만 12개월 무렵의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원하는 것이 있으면 손짓이나 표정으로 알려주고, 싫은 것은 고개를 젓거나 몸을 움직여 거부하기도 합니다. 어른의 말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는 시기입니다.손주도 요즘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어느 날 오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외투를 입은 채로 벗지 않겠다고 버티는 날이 있었습니다.억지로 벗기지 않고 잠시 안아주며 기다려주다, 마음이 풀렸을 때쯤 "이제 벗어볼까?" 하고 다시 물으니 그제야 스스로 팔을 쑥 빼주었습니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안녕해봐" 할 때는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하더니, "그럼 엄마한테 안녕해볼까?" 하니 순순히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벌써 자기 생각..
어른의 행동에 아이는 정리를 배웁니다."장난감은 제자리에 놓아야 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어른이 물건을 아무 데나 둔다면,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은 말보다 행동입니다. 사실 나도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한때 크게 앓고 난 뒤로는 집안일보다 몸을 쉬게 하는 쪽에 마음이 더 갔었습니다. 그러다 몇 해 전, 마음먹고 집 안 살림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방마다 흩어져 있던 물건을 한 곳으로 모으고, 오래 쓰지 않은 것들은 정리해 나눠주었습니다.그렇게 비우고 나니 오히려 생활이 편해졌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하나였습니다. 정리는 한 번에 뒤집어엎는 일이 아니라, 물건을 쓴 자리로 다시 돌려놓는 작은 습관이 쌓이는 일이라는 것."1. 우리 집에서 실천하는 제자리 원칙 요즘은 물건을 쓴 ..
며칠 후면 손주의 돌잔치를 앞두고 있었습니다.손주와 나는 의사소통이 제법 잘 되는 편입니다. 손주는 하루 종일 말을 많이 합니다. 아직 옹알옹알하는 소리에 가깝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몰라도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해 줍니다."응, 그렇구나", "그랬구나"로 답을 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의 눈빛이 달라집니다.자기 말이 통했다고 느끼는 듯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잘했다, 잘했다" 하며 손뼉을 쳐줍니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걸 보면서, 이런 사소한 반응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습니다.1. 옹알이에 반응해 주는 것이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는 아이의 옹알이나 몸짓..
예정에 없던 일탈을 하게 되었습니다.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더운 여름날,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는 마음으로 손주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차에서 내릴 무렵 잠에서 깬 손주는 엄마를 찾더니 이내 나를 보며 "할머니!" 하고 활짝 웃어 주었습니다.그 짧은 순간 마음이 놓였습니다. 혹시 피곤하지 않을까, 오늘 외출이 아이에게 무리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아이의 환한 미소는 그런 생각을 모두 지워 주었습니다. 우리는 한낮의 뜨거운 시간을 조금 피해 조용한 카페로 향했고, 그곳에서 작은 색연필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배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1. 그림을 고쳐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 (난화기 미술 발달) 카페에 앉아 그림책을 펼치자 손주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리기..
안녕하세요. 손주와의 일상 속에서 치열하고도 사랑스러운 '육아 밀당'을 나누며 기록하는 할머니입니다. 21개월 된 저희 손주는 요즘 48조각 퍼즐 맞추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하지만 아무리 퍼즐을 좋아한다고 해도, 거실 바닥에 퍼즐 조각을 와르르 쏟아놓고 막상 시작하려 하면 아기 눈에도 막막하고 힘든 생각이 드나 봅니다. 몇 조각 맞추다가 금방 딴청을 피우며 놀다가도, 마음속에서 '퍼즐을 다 완성하고 싶다'는 욕구가 다시 올라오면 퍼즐 판 앞으로 슬금슬금 걸어옵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슬쩍 눈치를 봅니다. '누가 나 좀 도와줄 사람 없나?' 하고 탐색전을 벌이는 것이지요.1. "안 되니 같이 할까?" — 21개월 아기의 완곡한 협상 기술아이가 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를 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