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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아침 시간, 어린이집 등원 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을 때였습니다.
아이의 손에 떡뻥(아기 과자) 한 개를 살포시 쥐여주며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하고 이야기했습니다.
보통 때라면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그자리에서 야무지게 바삭바삭 먹어 치웠을 텐데,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
아이는 떡뻥을 한두 번 오물오물 입에 넣고 맛을 보더니, 남은 과자를 꼭 쥐고 자신의 놀이 공간에 있는 장난감 주방으로 조용히 걸어갔습니다.
무얼 하나 가만히 지켜보았더니, 작은 손으로 장난감 나무 그릇 뚜껑을 열고는 남은 떡뻥을 그 안에 조심스럽게 쏙 담아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와 스스로 어린이집 갈 가방을 멘 채 등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른이 먹으라고 준 과자를 남겨서 스스로 '나중에 먹기 위한 보관'이라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왜 거기에 담았어?" 하고 물어봐도 아직 19개월인 아이는 배시시 웃을 뿐 정확한 대답은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손길과 판단 하나가 어찌나 기특하고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1. 19개월 아이의 일상 속 '자기만의 순서와 규칙'
사실 생각해보면 최근 들어 아이는 일상 속에서 자기 나름의 '순서'와 '규칙'을 고집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 본인이 먼저 밥을 먹기 전에, 옆에 앉혀둔 애착 인형 입에 숟가락을 먼저 쏙 대주고 나서야 자기 입으로 음식을 넣곤 했습니다.
외출할 때도 신발을 오른쪽부터 신어야 하거나, 놀던 블록을 특정 상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등 어른들 눈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꽤나 진지한 '자기만의 법칙'이 생겨난 것입니다.
19개월이라는 이 시기에 나타나는 이러한 행동들이 과연 어떤 발달적 의미를 갖는지 궁금해져 심리학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2. 19개월 전후, "내가 스스로 정한다"는 자율성의 시작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에 따르면, 생후 18개월부터 만 3세까지는 '자율성 대 수치심(Autonomy vs. Shame and Doubt)' 단계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걷고 손을 쓰는 신체 능력이 발달하면서, 환경을 스스로 통제하고 무엇이든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하려는 강력한 욕구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 어른의 일반적인 지시: "주었으니 지금 바로 다 먹어라"
- 19개월 아이의 주도적 선택: "지금은 맛만 보고, 남은 건 장난감 그릇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먹겠다"
떡뻥을 당장 다 먹지 않고 따로 담아둔 것은, 어른이 정해준 방식("지금 먹어라")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기 나름의 생각과 방식을 스스로 선택한 매우 긍정적인 자율성 표현인 것입니다.
"에릭슨은 이 시기에 아이의 자율적인 시도와 선택이 존중받는 경험이 쌓여야 향후 독립성과 자신감의 기초가 형성된다고 강조합니다. 반대로 모든 행동을 제지당하고 통제받으면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수치심을 배울 수 있습니다."
3. 아이의 사소한 결정을 존중해 주는 지혜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왜 과자를 먹지 않고 장난감 그릇에 넣어두지? 먼지 묻을 텐데" 하고 당장 과자를 꺼내 먹이고 싶거나 제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9개월 아이에게는 이러한 스스로의 판단 과정 자체가 주도성을 키우는 귀중한 공부입니다.
| 양육자의 반응 | 아이의 마음에 형성되는 신호 |
|---|---|
| 안전한 선택을 지켜봐 줄 때 ("그릇에 보관하고 싶었구나") |
"내 생각대로 결정해도 안전하구나!" ➔ 자긍심과 주도성 발달 |
| 매번 바로잡고 지시할 때 ("장난감에 넣지 말고 지금 먹어") |
"내 판단은 틀렸나 봐..." ➔ 자신감 저하 및 눈치 보는 습관 |
위험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라면, 결과가 어른 기준에서 다소 엉뚱해 보이더라도 아이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성급하게 개입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4.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아이로 자라나길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현관을 나서면서도, 자신이 과자를 담아둔 장난감 그릇 쪽을 뿌듯한 듯 한 번 더 돌아보던 아이의 귀여운 뒷모습이 오랫동안 잔상에 남았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작은 일상 속 행동 하나에도 아이 나름의 깊은 이유와 판단이 담겨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앞으로도 아이가 무언가를 스스로 정하려 할 때, 조급하게 어른의 기준을 강요하기보다 "그랬구나" 하며 한 걸음 물러서 지켜봐 주려 합니다.
오늘 아침 장난감 그릇에 조심스럽게 담아둔 떡뻥 한 조각처럼, 아이가 스스로 내린 작은 결정들이 훗날 세상 앞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삶을 선택하는 튼튼한 밑거름이 되어주기를 마음 깊이 응원해 봅니다.
참고자료: Erikson, E. H., Childhood and Society (1950) – Psychosocial Stages of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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