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2개월 무렵의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원하는 것이 있으면 손짓이나 표정으로 알려주고, 싫은 것은 고개를 젓거나 몸을 움직여 거부하기도 합니다. 어른의 말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는 시기입니다.손주도 요즘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어느 날 오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외투를 입은 채로 벗지 않겠다고 버티는 날이 있었습니다.억지로 벗기지 않고 잠시 안아주며 기다려주다, 마음이 풀렸을 때쯤 "이제 벗어볼까?" 하고 다시 물으니 그제야 스스로 팔을 쑥 빼주었습니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안녕해봐" 할 때는 고개를 저으며 싫다고 하더니, "그럼 엄마한테 안녕해볼까?" 하니 순순히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벌써 자기 생각..
어른의 행동에 아이는 정리를 배웁니다."장난감은 제자리에 놓아야 해"라고 말하면서 정작 어른이 물건을 아무 데나 둔다면,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은 말보다 행동입니다. 사실 나도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한때 크게 앓고 난 뒤로는 집안일보다 몸을 쉬게 하는 쪽에 마음이 더 갔었습니다. 그러다 몇 해 전, 마음먹고 집 안 살림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방마다 흩어져 있던 물건을 한 곳으로 모으고, 오래 쓰지 않은 것들은 정리해 나눠주었습니다.그렇게 비우고 나니 오히려 생활이 편해졌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하나였습니다. 정리는 한 번에 뒤집어엎는 일이 아니라, 물건을 쓴 자리로 다시 돌려놓는 작은 습관이 쌓이는 일이라는 것."1. 우리 집에서 실천하는 제자리 원칙 요즘은 물건을 쓴 ..
며칠 후면 손주의 돌잔치를 앞두고 있었습니다.손주와 나는 의사소통이 제법 잘 되는 편입니다. 손주는 하루 종일 말을 많이 합니다. 아직 옹알옹알하는 소리에 가깝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몰라도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해 줍니다."응, 그렇구나", "그랬구나"로 답을 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이의 눈빛이 달라집니다.자기 말이 통했다고 느끼는 듯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잘했다, 잘했다" 하며 손뼉을 쳐줍니다.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걸 보면서, 이런 사소한 반응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습니다.1. 옹알이에 반응해 주는 것이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Center on the Developing Child)는 아이의 옹알이나 몸짓..
예정에 없던 일탈을 하게 되었습니다.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더운 여름날,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는 마음으로 손주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차에서 내릴 무렵 잠에서 깬 손주는 엄마를 찾더니 이내 나를 보며 "할머니!" 하고 활짝 웃어 주었습니다.그 짧은 순간 마음이 놓였습니다. 혹시 피곤하지 않을까, 오늘 외출이 아이에게 무리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아이의 환한 미소는 그런 생각을 모두 지워 주었습니다. 우리는 한낮의 뜨거운 시간을 조금 피해 조용한 카페로 향했고, 그곳에서 작은 색연필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배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1. 그림을 고쳐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 (난화기 미술 발달) 카페에 앉아 그림책을 펼치자 손주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리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의 눈물과 직면하게 됩니다. 어른의 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아이는 세상이 무너질 듯 눈물을 쏟아냅니다.이럴 때 수많은 부모는 조급함과 피로감에 "울지 마", "왜 우니?", "조용히 해, 그만 뚝!"이라는 말을 먼저 건네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하게 통제하려 해도 아이의 슬픔과 떼는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과연 이것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서툰 부모의 잘못일까요? 오늘은 아이의 울음 뒤에 숨겨진 진심을 읽어내는 올바른 감정 코칭에 대해 알아봅니다."1. 어른의 시야와 아이의 시야는 다르다 어른의 관점에서는 그저 토마토가 반으로 쪼개졌거나, 신발이 잘 신겨지지 않은 단순한 해프닝일 수 있습니다.그래서 "..
먹는 것도 새로운 것이면 "왜?", 보는 것도 "왜?", 자신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모호하면 어김없이 "왜?"가 튀어나옵니다. 색깔은 왜 빨간색인지, 모양은 왜 동그라미인지, 심지어 "왜 이러냐"는 알 수 없는 질문까지... 아이의 '왜'의 종류는 어른들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으로 꼬리를 무는 질문에 지칠 때도 있지만,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결코 건성으로 대답할 수 없습니다.아이에게 세상은 지금 보통 심각하고 궁금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1. "왜?" 질문은 몇 개월부터 시작될까? (언어·인지 발달 단계) 보통 만 3세를 전후로, 사물의 이름을 묻는 질문과 '왜?'라는 인과 관계를 묻는 질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주변의 모든 현상..
말을 배운다고 한 마디씩 웅얼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엄마가 "귀에 피가 날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 부쩍 많아진 우리 손주입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아이를 보니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예전처럼 온종일 어른과 눈을 맞추며 함께 놀자고 떼쓰던 모습에서, 이제는 혼자서도 곧잘 노는 시간이 늘어난 것입니다."혼자 책을 넘겨보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제법 진지합니다. 예전 같으면 '할머니, 이거 봐!' 하며 끊임없이 불러댔을 텐데,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듯 보입니다." 문득 '말이 늘어나는 것과 혼자 놀 수 있는 능력이 관계가 있을까?' 궁금해져 29개월 전후 아이들의 발달 특징을 찾아보았습니다.1. 29개월 전후, 말이 부쩍 늘어나는 이유 미국 질..
오늘 손주가 다녀갔습니다. 삼촌이 아이를 위해 뽀로로 도장 세트를 사 왔는데, 스티커가 나오는 도장 하나와 잉크로 찍는 스탬프 하나였습니다. 아이는 거실 서랍에서 A4 용지를 꺼내 신나게 도장을 찍기 시작했습니다.그러다 잠시 놀이를 멈췄다가 다시 찍으려 하니 스티커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스티커가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살펴보니 스티커가 다 떨어진 것이었습니다.왜 안 나오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알려주니, 아이는 바로 상황을 인정하고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그런데 조금 후 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본인이 찍어둔 종이가 한 장 모자라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저는 아이에게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그 종이는 서랍에 넣어뒀어. 서랍 안에 안전하게 있으니 호랑이(우리 집 강아지)는 못 가져가...
안녕하세요. 손주와의 일상 속에서 치열하고도 사랑스러운 '육아 밀당'을 나누며 기록하는 할머니입니다. 21개월 된 저희 손주는 요즘 48조각 퍼즐 맞추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하지만 아무리 퍼즐을 좋아한다고 해도, 거실 바닥에 퍼즐 조각을 와르르 쏟아놓고 막상 시작하려 하면 아기 눈에도 막막하고 힘든 생각이 드나 봅니다. 몇 조각 맞추다가 금방 딴청을 피우며 놀다가도, 마음속에서 '퍼즐을 다 완성하고 싶다'는 욕구가 다시 올라오면 퍼즐 판 앞으로 슬금슬금 걸어옵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슬쩍 눈치를 봅니다. '누가 나 좀 도와줄 사람 없나?' 하고 탐색전을 벌이는 것이지요.1. "안 되니 같이 할까?" — 21개월 아기의 완곡한 협상 기술아이가 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를 오라..
안녕하세요. 손주와의 일상 속에서 뜻밖의 성장 순간을 발견하는 할머니입니다. 어느 날 21개월 된 손주가 손톱보다도 작은 스티커 판을 들고 저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아직 말이 다 트이지 않은 나이라 말 대신 초롱초롱한 눈빛과 온몸 표현으로 저에게 말을 건네더군요."할머니, 나 이거 방문에 붙여도 돼요?"문맥과 표정으로 전해지는 아기의 마음을 단번에 읽은 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그래, 우리 아기 하고 싶은 대로 해보렴!" 그렇게 허락을 받은 아기는 방문 앞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스티커 작업을 시작했습니다.어디 붙일까 요리조리 둘러보는 모습이 자뭇 진지했습니다.1. 아빠의 '아이고' 반응 vs 할머니의 관찰 시선잠시 후 퇴근해서 이 모습을 본 아기 아빠(사위)는 깜짝 놀라 눈이 둥그레졌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