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알면 뚝 그치는 아이 — 도장 놀이로 배운 육아의 작은 원칙
오늘 손주가 다녀갔다. 삼촌이 뽀로로 도장을 사왔다. 스티커가 나오는 도장 하나, 잉크로 찍는 스탬프 하나였다.
거실 서랍에서 A4 용지를 꺼내 신나게 찍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 놀이를 멈췄다가 다시 찍으려 하니 스티커가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스티커가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살펴보니 스티커가 다 떨어진 것이었다. 왜 안 나오는지 이유를 알려주니, 아이는 바로 인정하고 울음을 뚝 그쳤다.
그런데 조금 후 또 눈물이 났다. 찍어둔 종이가 한 장 모자라 보인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할머니 이야기 들어줄 수 있니?"
"응."
아이가 그렇게 답한 뒤에야 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집에는 원칙이 하나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이야기면 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인정이 되면 "알았다"고 답한다.
"그 종이는 서랍에 넣어뒀어. 서랍에 있으니 호랑이(우리 집 강아지)는 못 가져가."
가만히 생각하던 아이의 표정이 서서히 풀리더니, 눈물이 웃음으로 바뀌었다.
2.서랍 속 장난감과 손주의 성장
사실 우리 집에는 장난감을 서랍에 넣어두는 버릇이 생긴 이유가 있다. 예전에 강아지가 아이의 소중한 뽀로로 아빠 인형을 물어서 망가뜨린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집에 장난감을 가져올 때마다 신중해졌고, 스탬프도 다 쓰고 나면 서랍에 넣어두게 되었다.
눈물을 그친 아이는 다시 스탬프 찍기에 몰두했다. 그러다 친할머니 집에 갈 시간이 되니, 찍어둔 종이들을 챙기겠다며 클리어파일을 달라고 했다. 하나 내어주었더니, 넣는 방법을 모른다며 나더러 넣어달라고 했다. 넣어주고 나니 이번엔 그걸 본인 가방에 넣어달란다. 아직 그것까지는 혼자 할 수 없는 나이인 것이다.
3. 오늘 하루를 통해 돌아본 육아의 4가지 원칙
두 번 울고, 두 번 웃은 오늘이었다. 돌아보니 이 짧은 하루 안에 손주를 대하는 나만의 몇 가지 원칙이 담겨 있었다.
첫째,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물어본다. "할머니 이야기 들어줄 수 있니?" 하고 아이의 동의를 구한 뒤에야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훈계를 듣는 게 아니라, 자신이 "들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작은 절차 하나가 아이의 마음을 훨씬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둘째, 대답의 유무로 아이의 마음을 읽는다. 설명을 들은 뒤 아이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고, "알았다"고 하면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이런 신호 체계를 미리 정해두면, 아이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도 어른이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셋째, 울음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준다. 아이가 우는 이유는 대개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안"이다. 스티커가 안 나오는 이유, 종이가 어디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니 아이는 금세 눈물을 그쳤다. 무조건 달래기보다, 정확한 이유를 알려주는 편이 아이에게도 훨씬 효과적이었다.
넷째, 소중한 물건을 지키는 습관을 함께 만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장난감 관리가 생각보다 큰 숙제다. 우리 집은 인형이 물어뜯긴 이후로, 놀이가 끝나면 서랍에 넣어두는 습관을 아이와 함께 만들었다. 이제는 아이 스스로도 "서랍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걸 알고 안심한다.
글을 마치며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지나간 오늘이지만, 대신 이렇게 글로 남겨둔다. 손주를 키우며 매일 배우는 건 결국 큰 이론이 아니라, 이런 작은 순간들 속의 원칙들이다.